
식물을 키우다 보면 물꽂이를 한 번쯤 시도하게 됩니다. 줄기를 잘라 물에 꽂아두면 뿌리가 나온다는 말이 쉽고 신기하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저도 처음 스킨답서스 줄기를 잘라 컵에 꽂아두었을 때 매일 뿌리가 나왔는지 들여다봤습니다. 어떤 줄기는 금방 뿌리가 나왔지만, 어떤 줄기는 며칠 지나 물러지고 썩어버렸습니다.
물꽂이는 쉬워 보이지만 몇 가지 조건이 맞아야 성공합니다. 줄기 위치를 잘못 자르거나, 물을 오래 갈지 않거나, 빛이 너무 부족하거나 강하면 실패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마디가 없는 줄기를 꽂으면 뿌리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마디가 있어야 뿌리가 나온다
물꽂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디입니다. 스킨답서스, 몬스테라, 필로덴드론처럼 줄기 마디에서 뿌리가 나오는 식물은 반드시 마디가 포함된 부분을 잘라야 합니다. 잎만 달랑 잘라 물에 꽂아두면 오래 버틸 수는 있어도 새 뿌리와 새순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저도 초보 때는 예쁜 잎 하나만 잘라 물에 꽂아둔 적이 있습니다. 잎은 한동안 싱싱해 보였지만 결국 뿌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마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줄기 마디 아래쪽을 잘라 다시 시도했을 때는 뿌리가 훨씬 잘 나왔습니다.
물꽂이를 할 때는 잎, 줄기, 마디가 함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공중뿌리처럼 보이는 작은 돌기가 있는 부분이라면 뿌리가 나올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깨끗한 가위와 깨끗한 물이 중요하다
줄기를 자를 때는 깨끗한 가위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염된 가위로 자르면 절단면이 쉽게 상하거나 물속에서 썩을 수 있습니다. 가위를 사용하기 전에는 알코올이나 뜨거운 물로 소독해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물도 오래 방치하면 탁해지고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물이 탁해지면 줄기 끝이 물러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저는 처음 물꽂이를 할 때 물만 채워두고 오래 두었는데, 어느 날 줄기 끝이 갈색으로 변하고 미끄러운 느낌이 났습니다. 이후에는 2~3일에 한 번씩 물을 갈아주면서 상태가 훨씬 좋아졌습니다.
물꽂이 중 줄기 끝이 물러졌다면 건강한 부분까지 다시 잘라내고 깨끗한 물에 꽂아야 합니다. 물러진 부분을 그대로 두면 썩음이 위로 올라올 수 있습니다.
빛은 밝은 간접광이 좋다
물꽂이한 줄기는 빛이 필요하지만 강한 직사광선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뿌리가 없는 상태에서는 수분 흡수 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강한 햇빛을 받으면 잎이 쉽게 시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어두운 곳에서는 뿌리 나오는 속도가 느려질 수 있습니다.
제가 물꽂이를 가장 안정적으로 성공했던 자리는 창가 바로 앞이 아니라, 창가에서 조금 떨어진 밝은 자리였습니다. 직사광선은 직접 닿지 않지만 낮 동안 충분히 밝은 곳이었습니다.
물꽂이 컵을 창문에 바짝 붙여두면 여름에는 물 온도가 올라가고, 겨울에는 차가워질 수 있습니다. 온도 변화가 큰 곳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에 잠기는 잎은 제거한다
물꽂이를 할 때 잎이 물속에 잠기면 쉽게 썩습니다. 물속에는 줄기 마디만 잠기게 하고, 잎은 물 밖에 있도록 정리해야 합니다. 아래쪽 잎이 물에 닿는다면 깨끗하게 제거한 뒤 꽂는 것이 좋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잎이 많을수록 좋을 것 같아 그대로 물에 꽂았습니다. 그런데 물속에 잠긴 잎이 흐물거리면서 물이 금방 탁해졌습니다. 이후에는 물에 들어갈 부분의 잎을 정리하고 꽂았더니 실패가 줄었습니다.
잎이 너무 많으면 줄기가 뿌리를 내리기 전에 수분 소모가 커질 수 있습니다. 삽수 크기는 너무 길지 않게, 잎도 적당히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뿌리가 나왔다고 바로 큰 화분에 심지 않는다
물꽂이에서 뿌리가 나오면 바로 흙에 심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뿌리가 너무 짧거나 약할 때 심으면 적응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보통 뿌리가 몇 cm 정도 자라고 잔뿌리가 조금 생겼을 때 흙으로 옮기는 것이 안정적입니다.
흙으로 옮긴 뒤에는 처음부터 큰 화분에 심기보다 작은 화분에 심는 것이 좋습니다. 뿌리가 적은데 화분이 너무 크면 흙이 오래 젖어 과습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도 물꽂이 성공 후 큰 화분에 심었다가 흙이 마르지 않아 다시 약해진 적이 있습니다.
흙으로 옮긴 뒤 며칠 동안은 잎이 살짝 처질 수 있습니다. 물에서 자란 뿌리가 흙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식물 물꽂이를 성공하려면 마디가 있는 줄기를 자르고, 깨끗한 물과 밝은 간접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에 잠기는 잎은 제거하고, 물은 탁해지기 전에 갈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물꽂이는 식물을 늘리는 재미도 있지만, 죽어가는 식물에서 건강한 부분을 살리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모든 식물이 물꽂이에 잘 맞는 것은 아니므로 식물 종류를 확인하고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뿌리가 나오는 과정을 지켜보면 식물을 키우는 재미를 더 깊게 느낄 수 있습니다.